흑인 교계 지도자들, 찰리 커크의 순교자적 추모에 반대하며 인종적 발언 지적
- 종교 / 노승빈 / 2025-09-29 23:45:03
찰리 커크가 다수의 백인 기독교인과 보수주의자 특별히 복음주의 진영에서 그의 신앙이 강조되고 순교자로 추모되는 방식이 흑인 성직자들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아래는 31세 청년이 영웅적 평가를 받는 것과, 그의 정치 활동에서 핵심이 되었던 유색인종에 대한 모욕적 발언을 어떻게 함께 바라볼 것인지 씨름하고 있는 흑인 교계 지도자들의 반응을 실은 AP 뉴스 기사 전문이다.
버지니아 알렉산드리아의 하워드-존 웨슬리(Howard-John Wesley) 목사는 커크의 피살 이후 설교에서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가 그가 살아온 방식을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설교는 온라인에서 수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커크의 죽음에 대한 반응은 미국의 인종 분열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 되어, 전국 곳곳의 교회에서도 극명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흑인 교회 강단에서는 목사들이 커크의 발언을 증오 발언이라 규정하며,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설교했다. 반면, 애리조나의 풋볼 경기장에서는 수만 명이 모여 경기장을 가득 채워 종교적 분위기의 추모식에서 커크를 순교자이자 원칙에 입각한 보수 영웅으로 추모했다.
커크가 유타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피살되는 장면은 충격적인 영상으로 기록돼 바이럴 되었다. AP뉴스는 그의 죽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 미국 정치와 인종을 갈라놓는 최신 뇌관이 되었다고 묘사했다.
미국의 주요 흑인 기독교 교단 목사들 다수는 커크가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해 흑인, 이민자, 여성, 무슬림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포함해 인종 문제를 언급해왔던 것을 신앙을 무기화하여 식민주의, 노예제도, 편견을 정당화해온 과거 기독교 역사와 연결시켰다.
뉴욕시 미들 컬리지에이트 교회(Middle Collegiate Church)의 재키 루이스(Jacqui Lewis) 목사는 “기독교는 흑인들이 열등하다고 직접 말하며 우리를 노예로 삼았다”면서, 강력한 목소리를 가진 이들이 오래도록 마이크를 장악하고 권력, 배제, 증오를 위해 기독교를 재구성해왔다고 덧붙였다.
루이스 목사는 이번 주 한 인터뷰에서 커크의 언행이 “기독교적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사실 그것은 예수의 언어를 덧씌운 백인 민족주의일 뿐이다. 그것은 기독교가 절대로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이제 루이스와 다른 목회자들은 인종차별을 조장하는 이들에 맞서 발언하는 흑인 교회의 전통에 따라 담대히 말해야 한다고 했다. 그녀는 “우리의 역할은 세상이 잘못된 길로 가는것을 비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아는 예수가 아니다’
주일인 21일, 애리조나 프로 풋볼 경기장의 대규모 찰리 커크 추모식은 트럼프 대통령과 부통령 JD 밴스, 그리고 MAGA 운동 지지자들과 수 만명이 참석해 그가 미국 보수 진영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쳤는지를 보여주었다.
켄터키 루이빌 템플 오브 페이스 침례교회(Temple of Faith Baptist Church)의 조엘 보우먼(Joel Bowman) 목사는 “추모식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 집회에 더 가까웠다. 기독교적 상징과 우파 보수 주의의 결합은 기독교 민족주의의 특징이 되어 버렸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8~10년 동안 트럼프가 공화당 정치를 정의한 이후부터 계속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커크를 강한 기독교 신앙, 사상의 자유로운 표현, 극도로 보수적인 가치관을 지닌 인물로 기억했다. AP 뉴스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찰리는 미국의 영웅이다. 그리고 기독교 신앙을 위한 순교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루이빌의 베이츠 메모리얼 침례교회(Bates Memorial Baptist Church) 브루스 윌리엄스(F. Bruce Williams) 목사는 애리조나 추모식에서 밴스가 발언하기 훨씬 전부터 이 순교 서사를 거부했다.
윌리암은 4만 회 이상 공유된 그의 설교에서 “그의 생명이 폭력에 의해 비극적으로 빼앗긴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더 비극적인 것은 사람들이 그를 신앙의 순교자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가 폭력적으로 죽기는 했지만, 그는 신앙을 위해 죽은 것은 아니다. 내가 아는 그 신앙을 위해서도, 내가 아는 예수를 위해서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앨프리드 스트리트 침례교회(Alfred Street Baptist Church)의 웨슬리 목사도 온라인 설교에서 동의했다. 웨슬리 목사는 “찰리 커크가 암살당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 국기가 조기(弔旗) 게양되고, 이 나라가 부끄러움 없이 인종차별을 하던 사람을 기리고 존경하라고 부르는 모습을 보며 압도되었다. 그는 평생 이 땅에 분열과 증오의 씨앗을 뿌린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성직자들, 마틴 루터 킹과의 비교를 비난
AP 뉴스는 커크가 생전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몇 가지 예를 전했다. 그는 팟캐스트 ‘찰리 커크 쇼(The Charlie Kirk Show)’에서 인종과 범죄를 논의하며 “흑인들이 백인들을 공격 대상으로 삼기 위해 배회한다”고 근거 없이 주장했다. 같은 해 그는, 대법관 케탄지 브라운 잭슨과 같은 흑인 여성 지도자들이 소수 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 덕분에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면서, “흑인 여성들은 백인들의 자리를 훔쳐야 겨우 인정받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유색인종에게 평등권을 보장한 역사적 민권법을 “실수”라고 불렀고, 민권운동 아이콘 마틴 루터 킹 목사를 “형편없다(awful)”고 표현했다. 이 때문에 많은 흑인 교회 지도자들은 커크의 죽음을 킹 목사 암살과 비교하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
조지아 시크레스트의 뉴버스 선교 침례교회(New Birth Missionary Baptist Church) 자말 브라이언트(Jamal Bryant) 목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설교를 통해 “어떻게 그를 마틴 루터 킹과 비교할 수 있는가? 둘 다 백인에게 살해당했다는 것 외에는 아무 공통점이 없다”고 말했다.
댈러스 프렌드십 웨스트 침례교회(Friendship West Baptist Church)의 프레디 헤인스 3세 (Freddy Haynes III) 목사도 브라이언트의 발언에 동의했다. 그는 “정치적 폭력에 나는 반대한다. 커크는 여전히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커크가 한 어떤 말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의 발언은 위험했다. 그의 발언은 인종차별적이었으며, 백인 우월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추악하고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살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목회자들은 커크의 신앙과 전통적 가치 강조
트럼프 시대에 부상한 복음주의 정치 이데올로기를 따르는 일부 보수 흑인 목회자들에게는 커크의 보수주의는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노스캐롤라이나 롤리의 패트릭 L. 우든 시니어(Patrick L. Wooden Sr.) 목사는 커크가 보수적 기독교 가치를 옹호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을 촉진하는 자유주의 정책이 흑인 노동계층을 제쳐 두고 다른 집단에게만 혜택을 주었다고 믿는다. 또한 그는 커크의 트랜스젠더와 LGBTQ+ 공동체에 대한 비판적 발언에도 동의했다.
흑인으로 구성된 오순절 교단에서 안수 받은 감독이자 업퍼룸 하나님의 교회(Upper Room Church of God in Christ)에서 사역 중인 그는 “미국에서 누군가의 견해나 입장을 견딜 수 없다고 해서 총으로 쏘는 수준까지 타락하지 않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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