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회 출석자들의‘친생명’ 가치관, 2년 만에 20% 급락

종교 / 노승빈 주필 / 2025-10-18 04: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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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보고서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교회에 출석하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전통적인 성경적 관점 중 특별히 생명의 존엄성과 가정의 정의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리스천 데일리(Christian Daily)가 전한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회 출석 성인 중 낙태를 반대하는 ‘친생명(pro-life, 프로라이프)’ 지지 비율이 단 2년 만에 63%에서 43%로 급락했다. 이번 조사는 ‘가족연구위원회(Family Research Council, FRC)’와 ‘애리조나 기독교 대학교 문화 연구 센터(Cultural Research Center at Arizona Christian University, CRC)’가 공동으로 실시했다.

10월 13일(월요일)에 발표된 이번 조사는 매달 최소 한 번 이상 교회 예배에 참석하는 성인 1,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했으며, 문화적 압력에 직면한 교회가 신념을 지켜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덕의 근본적 이슈에서 교인들과 세속 사회의 대중 사이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FRC 성경적 세계관 센터(Center for Biblical Worldview)의 데이비드 클로슨(David Closson) 소장은 “친생명을 지지하는 교인들의 비율이 이렇게 급격히 떨어졌다는 건 정말 낙담스러운 일”이라면서, “수십 년 동안 기독교인들은 태아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앞장서 왔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문화적 혼란이 교회 안으로 깊숙이 스며들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회적 이슈와 세계관(Social Issues and Worldview: A National Survey of Churchgoing Americans)’이라는 제목의 이번 조사는 2023년 동일 조사와 비교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불과 2년 만에 나타난 신념의 급격한 변화를 보여준다. 이 결과는 교계 지도자와 정부 관리자가 모여 나라의 주요 과제를 의논하는 FRC의 연례 행사 ‘기도, 투표, 스탠드 서밋(Pray, Vote, Stand Summit)’을 앞두고 발표됐다.

조사 책임자인 조지 바나(George Barna) 연구원은 낙태 문제에 대한 시각이 다양하게 갈라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친생명 지지가 20% 포인트 하락하는 것과 동시에, 여성이 임신 여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친선택(pro-choice, 프로초이스)’ 지지 비율은 2023년 22%에서 35%로 상승했다. 이 변화는 교회 내 거의 모든 인구 집단에서 나타났다.
특히 전통적으로 친생명 성향이 강하던 그룹에서 큰 감소세가 나타났다. 복음주의자 내에서 33%, 50세 미만 성인층에서는 26% 포인트 감소했다.
또한, 조사에 따르면 교인 과반수가 넘는 73%가 낙태 관련 6가지 질문에 대해 상충되는 답변을 내놓았다. 10%는 일관된 입장을 명확히 밝힐 만큼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크리스천 데일리는 이런 양면성 증가는 관련 문제에 대한 성경의 명확성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023년에는 교인의 3분의 2(65%)가 성경이 낙태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가르친다고 믿었지만, 2025년에는 이 수가 51%로 떨어졌다. 더욱이 이 51% 중에서도 53%만이 스스로를 친생명을 지지한다고 밝힌 반면, 30%는 친선택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는 또한 강단에서의 교육 공백을 보여주었다. 교인 절반 이상(53%)은 교회가 1년에 한 번 이상 낙태 문제를 다룬다고 답했지만, 개신교인 4분의 1(26%)과 가톨릭 신자 16%는 “교회가 낙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낙태에 대한 성경적 세계관 교육을 “매우 원한다”고 답한 비율은 2023년 41%에서 2025년 28% 로줄어, 이런 교육에 대한 욕구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로슨 소장은 “하나님의 백성이 생명의 존엄성이라는 근본적 문제에서 도덕적 명확성을 잃는 건 심각한 제자도(Discipleship)의 위기 신호”라면서, “성경은 모든 생명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으며, 측량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고 분명히 가르친다(창세기 1:27, 시편 139편)”고 말했다.

가정의 정의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로 약화됐다. 조사 결과, 교인들 사이에서 명확한 다수 의견은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많은 비율(46%)은 가정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하여 자녀 및 친족과 함께 이루는 것’이라고 정의했으나, 상당 부분 대안적 정의를 받아들였다. 약 5명 중 1명(22%)은 “가정의 정의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한다”라고 답했고, 20%는 가족을 단순히 서로 돌보는 사람들의 공동체라고 생각했다.
성경적 정의에 대한 지지는 ‘신학적으로 거듭난 기독교인’(59%)과 오순절 교인(56%)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하나님을 믿지 않는 그룹(18%)과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인 그룹(29%), 젊은 세대에서 가장 낮았다.

특히 세대 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18~22세의 Z세대 교인들 중 성경적 가정 정의를 택한 비율은 34%에 불과했다. 이 그룹의 절반(44%)만이 아버지와 어머니, 자녀로 이루어진 가정을 사회가 지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고, 결혼이 남녀 간의 결합이라고 답한 비율은 49%에 불과했다.
FRC와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정치적 실패가 아니라 영적 위기의 신호로
본다고 말했다. 클로슨 소장은 “이번 보고서가 보여주는 혼란은 정치 문제가 아니라 영적 문제이자 제자도 문제이다. 다음 세대는 지역 교회보다 소셜미디어, 엔터테인먼트, 학계로부터 훨씬 강력하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FRC의 선임 연구원인 조지 바나 역시 외부 영향이 강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도덕 기준을 지지하는 미디어의 폭격이 미국인들에게 뚜렷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암울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일부 고무적인 신호도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교인 대다수는 여전히 성경의 핵심 진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4%는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데 동의하고, 83%는 “모든 인간은 부정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고 75%는 “하나님만이 생명의 주권자”라고 답했다.
클로슨 소장은 교회 지도자들에게 강력한 행동을 촉구하며, “이 진리들을 여전히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기반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신실한 설교와 의도적인 제자훈련으로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회자와 기독교 교육자들이 성경적 세계관을 가르치는 사명을 다시 붙들어야 한다. 지금은 침묵하거나 모호하게 대처할 때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바나는 평신도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성경적 도덕관의 쇠퇴에 맞서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성경을 믿는 기독교인들이 도덕적 핵심 이슈에 대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더 솔직하고 담대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비성경적 시각이 도전 없이 방치되어선 안된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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