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포커스] 국립국악관현악단, 30년의 울림 미래를 향한 전통 선율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02-13 09: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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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오는 3월 1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특별한 공연이 오른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창단 30주년을 기념하는 관현악시리즈Ⅲ ‘베스트 컬렉션’이 예정된 것이다. 이번 무대는 1995년 ‘생활 속의 국악, 세계 음악과 나란히 설 수 있는 국악’을 목표로 첫 발을 내디딘 국립국악관현악단이 30년의 세월을 돌아보며 한국 음악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하는 자리가 된다.

 

사진=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은 1995년 창단 당시 단원 46명으로 출발했다. 당시만 해도 ‘국악관현악’이라는 개념은 낯설고 실험적인 시도였다. 판소리, 산조, 민요 등 독립적 장르로 존재하던 국악을 서양식 오케스트라 편성에 맞춰 새로운 음향으로 구현하겠다는 도전은 쉽지 않은 길이었다. 이들은 끊임없는 창작과 실험으로 ‘한국형 오케스트라’의 가능성을 열었다. 국악기의 음색과 장단, 선율 구조를 서양의 관현악 구성과 조화시키며 국악의 현대화를 선도했다.

지난 30년간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우리 전통음악을 세계 무대에 알리고, 현대의 청중에게 국악의 새로운 접근점을 제시해 왔다. 유럽과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의 해외 순회공연, 현대 작곡가들과의 협업, 젊은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발굴까지 국악이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의 언어’임을 증명해왔다.

창단 30주년을 맞아 열리는 공연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역사와 사람’을 중심에 둔다. 그간 단체를 이끌어온 역대 단장, 상임지휘자, 예술감독들이 모두 참여하며, 국악계에서는 보기 드문 ‘세대 교차 공연’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창단 당시부터 단체를 지켜온 원년 단원 18명의 마지막 무대라는 사실이다. 30년간 한 무대 위에서 우리 음악을 지켜온 이들이 현역으로 함께하는 마지막 공연이기에 음악적 완성도뿐 아니라 정서적 울림도 크다.

이번 공연은 총 세 명의 지휘자가 무대를 나눠 이끈다. 1부는 2대 단장을 역임한 한상일 지휘자가 맡는다. 박범훈 작곡의 ‘춘무’로 시작해 장사익의 노래 ‘역’, ‘꽃구경’ 등 국악관현악의 정서와 대중적 감성이 공존하는 곡들이 선보인다. 2부에서는 1999년 상임지휘자로 활동했던 김재영이 지휘봉을 잡는다. 임준희 작곡의 ‘심향’, ‘감정의 집’을 통해 국악관현악의 현대적 확장을 보여준다. 또 원일 예술감독이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작곡한 위촉 신작 ‘흥’ 길군악이 초연된다. ‘흥’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전통 장단 속 생동감과 에너지를 현대적 리듬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공연의 대미는 초대 단장 박범훈이 장식한다. 그가 직접 작곡한 ‘케스트라를 위한 뱃노래’가연주되며, 역대 단원과 현 단원이 한 무대에 올라 30년의 화합을 완성한다.

‘베스트 컬렉션’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표곡을 모은 ‘총정리 콘서트’ 이상이다. 단장부터 현 단원까지 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음악사적으로도 상징성이 크다. 국악관현악의 진화 과정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있다. 초기의 순수 전통 지향형 작품부터, 현대 작곡가들의 실험적 국악관현악 그리고 위촉 신작까지, 지난 30년간의 음악적 변화를 시간의 흐름처럼 체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과거를 회고하는 것을 넘어 통의 뿌리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국악의 지속성을 선언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30년은 국 전통음악이 어떻게 현재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는가를 보여준다. 이들은 국악을 박물관 속 유물로 두지 않고, 오늘의 예술로 다시 쓰려는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다. 궁중악과 민속악, 창작음악을 아우르며 전통의 다양성을 품었고, 서양 오케스트라 시스템과 만나 새로운 조형미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국악관현악이라는 장르 자체가 하나의 한국형 오케스트라로 자리 잡게 됐다.

30년은 한 세대가 지나가는 시간이다. 그 세월 동안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국악의 현대화’라는 거대한 과제를 실험과 연주로 꾸준히 풀어냈다. 이들의 선율은 과거의 전통을 현재의 감각으로 잇는 다리가 되었고, 다음 세대의 음악가들에게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고 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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