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 지나가는 삶의 순간들, 그리고 ‘머무름의 위로’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10-31 10: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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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하루의 끝, 우리는 모두 각자의 터미널에 서 있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잠시 쉬어간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오는 12월 17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당산역 인근 창작 플랫폼 ‘경험과 상상’에서 공연되는 제작소 샐러리의 신작 연극 ‘터미널’은 ‘머무름과 떠남이 공존하는 장소’를 무대로 한 세 개의 단막으로 구성된 옴니버스 작품이다. 세 가지 이야기는 각각의 인물과 상황을 품고 있지만 모두가 ‘정거장’이라는 상징적 공간에서 만난다. 머물러야만 비로소 보이는 상실의 흔적 그리고 잠시 스쳐도 남는 위로의 온기를 그린다.

 

사진=제작소 샐러리

‘펭귄’(조정일 作)은 무대의 꿈을 놓은 인물들의 잊힌 열망을, ‘Love so sweet’(김태형 作)은 가족에게 상처받은 여성이 내딛는 작지만 용기 있는 걸음을, ‘거짓말’(김현우 作)은 수많은 이들이 오가는 기차역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이 나누는 잠깐의 위로를 그린다. 각 단막은 전혀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삶의 정거장’이라는 공통된 선 위로 모여든다.


‘터미널’ 같은 옴니버스 연극의 장점은 ‘여러 개의 시선으로 한 주제를 입체적으로 비추는 것’에 있다. 이 작품은 세 가지 단막을 통해 ‘멈춤’이라는 감정의 다층적 풍경을 그린다. 꿈을 잃은 자의 멈춤, 상처를 안은 자의 망설임 그리고 타인과의 우연한 마주침 속 잠시의 휴식이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짧지만 강한 울림으로 연결되며 관객은 어느 순간 자신도 그 ‘정거장’의 한 자리에 앉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단일한 서사보다 짧고 응축된 단막 구조는 현대인의 빠른 감정 호흡과도 맞닿는다. 감정의 여백을 남기면서도, 다음 이야기가 새로운 시선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리듬감이 있다.


제작소 샐러리의 두 번째 작품인 ‘터미널’은 큰 사건보다 ‘감정의 미세한 진동’에 집중한다. 이유담 연출은 과장된 연극적 장치 대신 배우의 움직임과 대사의 결을 섬세하게 살려 일상의 장면을 시처럼 재구성한다. 덕분에 세 개의 이야기는 각각의 울림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정서로 이어진다.


조명과 사운드 디자인이 ‘공항’ ‘정류장’ ‘기차역’이라는 공간의 공기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그 안에서 배우들은 절제된 연기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화려하지 않은 연극이지만 조용한 호흡으로 관객의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린다. 스쳐 가는 인연 속에서도 ‘머물러 주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우는 작품이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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