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담화 주민들에겐 비밀? 일부러 美시간 맞춰 발표…'압박'

북한/국방 / 홍정원 선임기자 / 2019-12-06 12:24:09
  • 카카오톡 보내기
▲ 회담 마치고 나오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제공

 

북한이 대미 경고의 목소리를 더 높이고는 있지만 이를 내부, 즉 주민들에겐 알리지 않아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공세가 연말 목전에서 미국 태도 변화를 더 압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정세의 유동성과 대화의 여지 등을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밝힌 연말시한을 1개월도 남기지 않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고위당국자들의 대미 경고 메시지를 연이어 내보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핵심 인물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5일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필요 시 대북 군사력 사용' '로켓맨' 발언에 대해 "실언이었다면 다행이겠지만 의도적으로 우리를 겨냥한 계획된 도발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며 추후 말폭탄 대응을 경고했다. 4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군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했던 군 서열 2위 박정천 총참모장은 "신속한 상응 행동"을 언급하며 "미국에 매우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더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매우 불쾌하게 접했다"라고 했다.

 

북미 대화의 경색 국면이 장기화하고 기싸움이 치열한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북한은 바로 민감하게 반응하며 맞대응 중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들 담화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했을 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주민이 볼 수 있는 관영 매체에서는 보도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진의가 확실하지 않아 여지를 남겼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게만은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올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와야 비핵화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북한 관영 매체들도 이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후 김 위원장 발언을 뒷받침한 김명길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리태성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등 고위 당국자들의 대미 경고성 담화는 중앙통신을 통해서만 알려졌다.

 

이들 발언은 대부분 북한이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갈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시사하고 북미 간 거친 설전을 담고 있었지만 북한이 이를 공개하지 않아 일반 주민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이 주민들에게 미국 제재 압박에 맞서 자위적 국방력 강화와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을 매일 외치는 만큼 대미 비난전을 공개해 분위기를 더 띄울만하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 지난해 한반도 정세 변화 이전까지만 해도 대미 비난성 담화를 공개하는 것에 거침 없었던 것과도 비교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북한 행보는 연말 시한을 앞두고 더 거세지는 대미 경고성 발언이 '순수 대외용'인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임을 보여준다. 미국이 여전히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북미 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는 상황에서 향후 정세 변화를 의식하며 대화의 여지를 두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이 당국자들의 미국 관련 발표가 미국 오전 시간대에 맞추거나 밤 시간대를 피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과 일맥상통한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박 총참모장과 최 제1부상의 맞대응 경고 담화는 4일과 5일 모두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시각 오전 8시인 한국 시각 오후 10시께 맞춰 발표됐다.

 

지난 11월 14일 김명길 수석대표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협상 제안 사실을 공개하며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한 담화도, 이후 약 1시간 40분 후 나온 김영철 위원장의 한미훈련 축소 관련 담화도 한국시간 오후 9시 20분께와 오후 11시께로 미국 동부 시각 기준 오전에 맞춰 공개됐다.


[ⓒ 뉴스타임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카카오톡 보내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