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유리천장 깼다… 日 첫 女총리 선출

국제 / 김재성 기자 / 2025-10-22 23: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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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한일관계 중대한 전환점…셔틀외교 토대로 자주 만나 소통하길"
▲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21일 총리 관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일본의 강경 보수 성향을 대표하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21일, 일본의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되었다. 이번 선출은 일본의 정치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본회의에서 진행된 총리 지명선거에서 465표 중 237표를 얻어 과반을 넘겼다. 그는 1885년 내각제 도입 이후 제104대 총리로, 140년의 역사 속에서 최초의 여성 총리로 기록되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후, 새 내각을 정식으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정계에서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다. 그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역임하며 강경 보수 성향의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번 총리 선출은 그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결과로,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의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한 상황에서도 정치적 연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결과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부 대변인으로 기하라 미노루 전 방위상을 기용할 계획이며,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자였던 고이즈미 신지로, 하야시 요시마사, 모테기 도시미쓰 의원을 각각 방위상, 총무상, 외무상으로 발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내 융화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그러나 다카이치 내각의 국정 운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유신회와의 연정은 기존 자민당·공명당 연정보다 협력 관계가 약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과 유신회 사이에 국회의원 정수 축소, 기업·단체 후원금 폐지, 선거 출마자 조율 등 4가지 갈등의 불씨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 색깔이 더욱 선명해졌다고 해설하며, 자민당과 유신회가 의석수를 합쳐도 과반이 되지 않는 소수 여당이라는 점에서 법안과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다른 정당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1일 중의원(하원) 총리 지명선거 결과 발표 이후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의원 총회에서 "유연성을 갖고 국가·국민을 위한 것이라면 확실히 전진해 나갈 것"이라며 "폭넓게 각 당에 요청해 논의를 축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그가 향후 정치적 협력을 통해 국정 운영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그의 총리직 취임은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역사와 영토 문제에 대해 강경한 발언을 해왔으며, 야스쿠니신사에 정기적으로 참배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그의 정치적 성향은 한일관계에 긴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는 야스쿠니신사 가을 예대제 기간 동안 외교 일정으로 참배를 보류했지만, 보수층 결집을 위해 참배를 강행할 경우 한일관계가 급속히 경색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고물가 대책 수립 등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총재 선거 과정에서 재정 확장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이러한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실행될지는 주목할 만한 사항이다. 이시바 내각 각료들은 이날 오전 총사직했으며, 이시바 전 총리의 재임 기간은 386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총리 중 24번째로 긴 기간이다.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0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후 80년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다카이치 총리의 선출은 일본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여는 동시에, 극우 성향의 정치가가 이끄는 정부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정책과 결정이 일본 사회와 국제 사회에 미칠 영향은 앞으로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확실히 전진할 것"이라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은 그의 정치적 비전과 결단력을 보여준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어와 일본어로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을 축하한다", "다가오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 고 밝혔다. 

 

▲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2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한일 양국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으로서 정치, 안보, 경제, 사회문화와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며 "이제 새로운 한일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고 했다.

이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정세 속에서 한일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님과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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