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아시아] 옛 홍콩 잊어라···'愛國者治港' 신호 보내는 중국
- 아시아 / 장신신 기자 / 2021-01-30 12:29:12
![]() |
▲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한 '직접통치' 강화에 나섰다/ 사진= 게티이미지. |
[아시아뉴스 = (베이징) 장신신 기자]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린다(愛國者治港)" 지난 27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으로부터 연초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이다. 愛國者治港(애국자치항),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으로 탈 많은 홍콩을 두고 중국 정부의 깊은 속내를 담고 있는 말이다.
港人治港(항인치항)은 중국 지도부가 지난 20년여간 홍콩에 적용하던 원칙이다. 港人(항인) 즉, 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는 문구는 홍콩의 별도 자치 독립권을 인정해 온 중국 정부의 기준과도 같았다. 하지만 지난 2019년 홍콩 대규모 반중 시위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 홍콩 '직접통치' 본격화 나선 중국
이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을 앞에 둔 시진핑 주석의 시그널은 홍콩 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세계 경제의 중심을 두고 미·중(美中) 간의 힘 겨루기가 팽팽한 상황인 점을 고려할 중국 정부의 '애국자치항'에는 복합적 의미가 담겨있다.
중국의 '애국자치항' 기조는 곳곳에서 관측된다. 가장 직접적인 시그널은 인력 투입이다. 최근 중국가 홍콩에 파견하는 당 간부 인력을 기존 100명에서 200명 수준으로 2배 이상 크게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29일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홍콩 통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집중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이날 중국 공산당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총 200명 규모의 홍콩 파견 인력에 대해 최근 100명은 교체하고 100명은 추가로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들이 파견된 곳으로 지명된 조직은 홍콩주재 중국연락판공실(중련판)이다.
중련판은 지난 10여년간 중국 공산당과 정부, 홍콩을 잇는 연락사무소 역할을 하던 곳으로 중국의 메세지를 대변하는 '막후'로 여겨졌을뿐 실제적인 영향력을 행사 한 적은 없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곳에 100여명의 공산당 간부를 파견, 홍콩내 정치 동향 등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중국 정부의 이번 중련판 증원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가 중련판에 '더 많은 책임'을 부과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시 주석이 강조한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과 젊은세대 소통을 통한 장기통치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 미-중 무역전쟁, 애국(愛國)기업 '길들이기'
'애국자치항' 통치의 우회적 시그널은 기업인에 대한 제재다. 지난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핀테크 계열 자회사 '앤트그룹'의 상장을 두고 중국 정부와 마윈 알리바바 회장 간의 잡음의 이면에도 자유시장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견제가 읽힌다.
![]() |
▲ 사진= 게티이미지. |
최근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앤트그룹이 금융지주사로 변신하겠다는 사업 개편안을 중국 당국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주사로 체제를 바꾼다는 건 금융당국에 상당한 자본금을 납입하며 대형 국유은행 등이 참여하는 증자 과정을 거치면서 마윈은 지분이 줄고 국가 통제권은 커진다는 얘기다.
앞서 앤트그룹은 보유 자회사 가운데 한 곳을 선정해 별도의 금융지주사로 만들어 소액대출 등 금융 업무를 전담시킨다는 계획을 실행해 왔다. 운영 자율성과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2200억 위안(한화 약 38조원) 규모로 상하이 및 홍콩증시 동시 상장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백기투항'으로 끝난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사례는 약 621억 달러(한화 약 68조3100억원)의 자산을 가진 세계적인 부호 조차 공산당의 눈 밖에 나면 '애국(愛國)' 정신에서 벗어난 '도발'로 간주된다는 중국 정부의 '애국자치항' 기조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익명의 중국내 경제학 석학은 "최근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전쟁 과정에서 공산당을 중심으로 절대적 국수주의를 강화하는 한편, 외형적으로는 글로벌 리더국의 위상에 맞는 대외 포용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2년여전 홍콩 사태가 중국 정부의 '애국 우선' 기조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본다" 분석했다.
장신신 기자 kiraz0123@asianews.news
[ⓒ 뉴스타임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