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北 갔던 조용필·레드벨벳… 무비자로 美방문 못한다

외교 / 전장헌 편집인 / 2019-08-07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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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이후 방북 3만7천명 대상
현정은·구광모 등 기업인도
대사관서 비자인터뷰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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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일 이후 북한을 다녀온 우리 국민은 앞으로 '무비자'로 미국을 찾을 수 없게 된다. 미국을 방문하려면 기존의 전자여행허가제(ESTA·이스타) 대신 정식으로 비자를 신청해야 해 적지 않은 불편이 예상된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8년간 북한을 방문하거나 체류한 이력이 있는 경우 이스타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제한한다고 알려왔다. 적용 시점은 5일(현지시간)부터다.

비자면제프로그램(VWP)인 이스타는 한국 등 38개 국가 국민에게 관광·상용 목적으로 미국을 최대 90일간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그러나 방북 이력이 있는 경우 앞으로 온라인으로 관련 서류를 제출한 뒤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을 직접 찾아가 영어 인터뷰 등을 거쳐 목적에 맞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통일부 집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명시한 시점 이후 방북 승인을 받은 국민은 3만7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개성공단 사업자거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방북했던 경우다. 금강산 관광객의 경우 2008년 관광이 중단돼 이번 조치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 때 평양을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도 앞으로 미국을 방문하려면 비자를 받아야 한다. 레드벨벳, 조용필, 윤상 씨 등 평양 공연을 위해 북한에 다녀온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정부는 이 중 공무 수행을 위해 방북한 공무원만 증빙서류를 통해 이스타 발급 예외를 인정해준다는 방침이다.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경우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나라에선 공무원으로 분류돼 있지만 인정 여부에 대해선 추후 미국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2017년 11월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됨에 따라 '비자면제 프로그램 개선 및 테러리스트 이동방지법'을 적용해 이스타 발급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북한 외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라 있는 이란, 이라크, 수단,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방문객에 대해서도 이스타 발급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렇게 큰 혼선과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는 조치가 시행 당일날 발표된 점에 대해 아직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8월 5일 이후 출국을 위해 이스타를 이미 발급받은 경우에도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유예기간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어떤 식으로 북한 방문 여부를 확인하는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자발적인 신고 제도를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해 자율신고제로 운영될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날부터 이스타 신청 홈페이지에는 과거 체류 국가를 묻는 난에 북한이 새로 추가됐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후 20개월 이상 지난 시점에 갑자기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한 배경도 의문이다. 우리 정부에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는 "예전에 했어야 했던 일인데 지금까지 안 해왔고, 이제는 해야 되겠다는 설명이 있었다"고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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