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뷰] 감정이 사라진 세상, 사랑이 다시 태어나다…뮤지컬 ‘인간탐구생활’
-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03-03 09:35:58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창작뮤지컬’이 칭해지는 작품이 점차 흔해졌지만 개념이 ‘실험적’이거나 ‘무대 언어의 새로움’을 담보하는 경우는 적다. 이런 맥락에서 뮤지컬 ‘인간탐구생활’을 주목할만하다. 제작사 한다프로덕션이 지난달 14일 서울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 초연한 작품은 500년 후 미래 유토피아 행성을 배경으로 삼아 ‘화합과 죽음, 희망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인간탐구생활’은 500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영생과 평화를 누리는 유토피아 행성에서 ‘감정 조절 캡슐’, ‘복제’, ‘거리 유지 장치’, ‘슈퍼컴 AI’ 등의 설정을 통해 인간성 상실 내지 감정 마비 상태에 놓인 유토피안들이 등장한다. 유토피안들은 유토피아의 멸망 진단을 받은 후 지구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셰익스피어의 고전 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하는 극중극적 장치를 통해 ‘사랑’과 ‘우리’의 가치를 새로이 깨닫게 된다. 미래 SF 설정 위에 뮤지컬만 얹은 것이 아니라 고전과 혁신을 함께 담은 복합 구조의 작품이다.
이번이 사실상 본격적인 초연이라 할 수 있지만 밑바탕에는 시도들이 존재했다. 2022년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공연된 적 있으며 2024년 11월 30일에는 강원 삼척문화예술회관에서 ‘인간탐구생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명칭으로 무대에 올랐다. 실험 단계와 지역 버전 등을 거쳐 2025년이 되어 대학로에서 본격적으로 론칭됐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은 젠더 프리 캐스팅을 통해 캐릭터 확장과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배우가 가진 성별이 캐릭터의 성별 규정을 반드시 따르지 않는 구조다. 유토피아인이 지구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접한다는 극중극 구조와 셰익스피어 인용은 고전이 오늘 어떻게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관객은 SF적 설정 속에서 고전 연극이라는 또 다른 층위를 경험하게 된다.
감정 조절 캡슐, 거리 유지 장치 등의 설정은 SF적 흥미거리만이 아니다. 팬데믹 이후 고립감, 인간관계 단절, 기후 위기 등의 현실 문제와도 연결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제기된 사람과 사람과의 의사소통 단절과 고립, 기후 위기로 부상된 지구 멸망설 등을 미래 유토피아라는 설정으로 다루는 것이다. 미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무대미술과 조명, 생동감 넘치는 효과음 등은 영상 효과는 SF적 몰입을 강화한다.
이전 버전 대비, 2025년 공연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있다.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의 서울 메인 무대 진입은 과거 지역 및 실험 단계에서 실행되었던 공연들이 메인 상업 극장 무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 배우 캐스팅의 규모와 다양성을 확장한 것도 눈에 띈다. ‘LE’, ‘PL’, ‘FI’, ‘SC’, ‘DA’ 등 주요 캐릭터를 더블·트리플 캐스팅으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배우 조합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작품은 딱딱한 SF에서 벗어나 코미디와 감동이 적절히 섞여 있어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아쉬움도 분명 있다. 많은 설정을 모두 담고자 하면서 중심 메시지가 약화된 지점이 있다. 그러나 이제 막 본격적으로 론칭된 만큼 발전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공연을 관람하고 나면 기술과 미디어가 바꾸어 놓은 우리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라는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 다시 성립될 수 있는지 질문하게 된다. 감정이 조절되고, 거리 유지가 일상이 된 시대에 ‘감정’이 갖는 중요함은 무엇인지 질문해 보길 바란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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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다프로덕션 |
‘인간탐구생활’은 500년 후를 배경으로 한다. 영생과 평화를 누리는 유토피아 행성에서 ‘감정 조절 캡슐’, ‘복제’, ‘거리 유지 장치’, ‘슈퍼컴 AI’ 등의 설정을 통해 인간성 상실 내지 감정 마비 상태에 놓인 유토피안들이 등장한다. 유토피안들은 유토피아의 멸망 진단을 받은 후 지구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셰익스피어의 고전 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하는 극중극적 장치를 통해 ‘사랑’과 ‘우리’의 가치를 새로이 깨닫게 된다. 미래 SF 설정 위에 뮤지컬만 얹은 것이 아니라 고전과 혁신을 함께 담은 복합 구조의 작품이다.
이번이 사실상 본격적인 초연이라 할 수 있지만 밑바탕에는 시도들이 존재했다. 2022년 국립정동극장 세실에서 공연된 적 있으며 2024년 11월 30일에는 강원 삼척문화예술회관에서 ‘인간탐구생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명칭으로 무대에 올랐다. 실험 단계와 지역 버전 등을 거쳐 2025년이 되어 대학로에서 본격적으로 론칭됐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요소들이 있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은 젠더 프리 캐스팅을 통해 캐릭터 확장과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배우가 가진 성별이 캐릭터의 성별 규정을 반드시 따르지 않는 구조다. 유토피아인이 지구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접한다는 극중극 구조와 셰익스피어 인용은 고전이 오늘 어떻게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관객은 SF적 설정 속에서 고전 연극이라는 또 다른 층위를 경험하게 된다.
감정 조절 캡슐, 거리 유지 장치 등의 설정은 SF적 흥미거리만이 아니다. 팬데믹 이후 고립감, 인간관계 단절, 기후 위기 등의 현실 문제와도 연결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제기된 사람과 사람과의 의사소통 단절과 고립, 기후 위기로 부상된 지구 멸망설 등을 미래 유토피아라는 설정으로 다루는 것이다. 미래 세계에 들어온 듯한 무대미술과 조명, 생동감 넘치는 효과음 등은 영상 효과는 SF적 몰입을 강화한다.
이전 버전 대비, 2025년 공연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있다. 대학로 더굿씨어터에서의 서울 메인 무대 진입은 과거 지역 및 실험 단계에서 실행되었던 공연들이 메인 상업 극장 무대에 올랐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 배우 캐스팅의 규모와 다양성을 확장한 것도 눈에 띈다. ‘LE’, ‘PL’, ‘FI’, ‘SC’, ‘DA’ 등 주요 캐릭터를 더블·트리플 캐스팅으로 운영하면서 다양한 배우 조합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작품은 딱딱한 SF에서 벗어나 코미디와 감동이 적절히 섞여 있어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아쉬움도 분명 있다. 많은 설정을 모두 담고자 하면서 중심 메시지가 약화된 지점이 있다. 그러나 이제 막 본격적으로 론칭된 만큼 발전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
공연을 관람하고 나면 기술과 미디어가 바꾸어 놓은 우리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라는 말이 어떤 의미였는지,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 다시 성립될 수 있는지 질문하게 된다. 감정이 조절되고, 거리 유지가 일상이 된 시대에 ‘감정’이 갖는 중요함은 무엇인지 질문해 보길 바란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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