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빵야’, 국경을 넘어 울린 기억의 서사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11-07 1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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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엠비제트컴퍼니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서울에서 시작된 연극 ‘빵야’가 대만 타이베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달 29일과 30일, 타이베이 중산당 광복홀에서 열린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한국연극 해외진출 준비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대만 공연 제작사 C MUSICAL과 협업하여 현지 배우들이 중국어로 낭독 공연을 펼쳤으며, 한국 창작극의 정서를 새로운 언어로 재해석한 무대였다.


연극 ‘빵야’는 한물간 드라마 작가 ‘나나’가 낡은 99식 소총 ‘빵야’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은유적으로 되짚는다. 나나는 ‘총’이라는 상징적 존재와 대화를 나누며 폭력과 권력, 인간의 회복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은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되며 초연된 뒤 제61회 K-Theater Awards 대상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월간 한국연극이 선정한 ‘올해의 베스트 7’에 이름을 올리며 찬사를 받았다. 2024년 재연에서는 예스24 티켓 연극 부문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입증했다.

평론가들은 “’빵야’는 ‘기억의 윤리’를 탐구하는 드라마”라며 “총을 의인화한 장치는 역사와 인간의 폭력성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고 평가했다. 관객들은 “웃음과 침묵이 동시에 남는 연극”, “언어보다 묵직한 질문이 가슴에 남는 작품”이라 호평했다.
 

사진=엠비제트컴퍼니

대만 공연에서는 현지 창작진이 대본을 새롭게 각색하고, 대만 배우 왕안치(王安琪)와 종정균(鍾政均), 축정의(竺定誼)가 참여해 작품의 감정선을 현지 정서에 맞게 재해석했다. 이는 한국과 대만의 공통된 역사적 경험을 예술로 잇는 시도로 평가된다. 두 나라는 모두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폭력과 검열, 권위주의를 경험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공동 제작한 C MUSICAL의 장심자 예술총감독은 “이것은 뮤지컬이 아니지만 음악과 연극 사이에서 가장 낭만적인 대화”라며 “관객이 이 이야기 속에서 창작의 용기와 인간의 따뜻함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측 프로듀서 고강민은 “예술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다. 무대 위의 질문과 감정이 언어를 넘어 닿을 수 있다”고 전했다.

‘빵야’의 대만 무대는 한국 창작 연극의 새로운 유통 모델로도 주목된다. 서울에서 시작된 작품이 지방을 거쳐 아시아 무대로 확장되는 과정은 지역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품은 콘텐츠의 힘을 보여준다. 제작사 엠비제트컴퍼니는 2027년 영국 웨스트엔드 본공연을 목표로 현지화 작업을 추진 중이며, 2026년 런던 사전 리딩도 예정돼 있다.

‘빵야’라는 단어는 아이의 장난 같은 소리로 들리면서도 그 속에는 인간의 폭력과 기억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이러한 여정은 한국 연극이 아시아적 감수성과 세계적 메시지를 동시에 지닐 수 있음을 증명한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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