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뷰] ‘만선’ 곰치네 가족의 절망과 집착, 60년을 관통한 비극
-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03-17 10: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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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립극단 |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한국적 사실주의 연극의 정수로 꼽히는 천승세 작가의 ‘만선’이 2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났다. 국립극단이 올해 첫 번째 제작 공연으로 선보이는 이번 무대는 오는 30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진행된다.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 당선작으로 초연된 ‘만선’은 남해안 작은 섬마을을 배경으로, 평생 배 타는 일밖에 몰랐던 어부 ‘곰치’와 그의 가족이 겪는 비극적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1960년대 산업화의 그림자 속에서 서민들의 무력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은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관객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이번 공연의 연출은 ‘한국적 사실주의의 대가’ 심재찬이 맡았다. 무대 디자인은 이해랑연극상 수상 경력의 이태섭이 책임져 한껏 기울어진 무대와 낡은 양철집이 곰치네의 위태로운 삶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김명수(곰치), 정경순(구포댁), 황규환(도삼), 성근창(연철), 강윤민지(슬슬이) 등 배우들은 폭풍우 씬에서 5톤의 물을 쏟아붓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몰입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극의 비극성을 극대화한다.
작품에서 특히 주목할 포인트는 곰치의 집념과 인간적 고집이다. 발버둥칠수록 상황은 더 악화되지만 ‘내가 눈 속에 흙 들 때까지 그물을 놓나 봐라’라는 대사는 그의 삶과 신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올해 공연에서는 슬슬이, 도삼, 연철 등 젊은 세대 캐릭터들이 보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보여주도록 연출이 다듬어져 가족 내 갈등과 세대 간 시각 차이가 한층 생생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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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립극단 |
작품은 비극적 이야기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라도 사투리로 살린 말맛, 폭우와 바람의 현장감, 배우들의 몸짓과 울분은 관객을 곰치네 가족의 현실 속으로 끌어들이며 인간과 바다, 생존과 절망의 상관관계를 절묘하게 그려낸다. 이는 60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사회의 빈곤과 세대 갈등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발휘한다.
현실주의적 무대 연출과 배우들의 몰입 연기에서도 눈을 뗄 수 없다. 관람객 사이에서는 “곰치와 가족의 이야기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폭풍우 신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압도적이었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만선’은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 드라마로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와 공명하는 작품이다. 곰치의 집념과 바다 위 가족의 비극은 관객에게 삶의 무게와 인간의 한계를 동시에 성찰하게 만든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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