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유령, 그 경계 위에 선 청춘의 노래
-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10-29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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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0528'. 사진=포커스테이지 |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뮤지컬 ‘#0528’이 지난 프리뷰 공연을 마치고 지난 28일부터 본격적인 한국 초연에 돌입했다. ‘귀신이 머문다는 브로드웨이의 집, 528호’라는 독특한 설정부터 이미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작품은 코미디나 판타지를 넘어 삶과 죽음, 예술과 꿈 사이의 경계에 선 청춘들의 성장담을 유쾌하면서도 섬세하게 풀어낸다.
원작은 2019년 중국 상하이에서 초연된 동명 창작 뮤지컬이다. 중국 내에서도 ‘젊은 창작진이 만든 실험적 라이선스 뮤지컬’로 주목받았으며, 브로드웨이식 무대 구성을 현지 감성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상하이 공연은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며 ‘가장 따뜻한 유령 이야기’로 불렸고, 이후 중국 내 15개 도시 투어를 이어가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한국 초연은 포커스테이지가 라이선스를 정식으로 들여와 새롭게 번안·연출한 버전이다. 원작의 스토리 라인은 유지하되 대사와 넘버의 뉘앙스를 한국 정서에 맞게 조정했다. ‘꿈을 좇아 뉴욕으로 건너온 한국인 청년’이라는 설정이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이국적인 무대 속에서도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온다.
이야기는 브로드웨이의 오래된 건물 #0528호에서 시작된다. 배우를 꿈꾸며 뉴욕에 도착한 청년 ‘에기’는 우연히 이 집에 세를 들게 된다. 그러나 이곳에는 이미 13년 전 생을 마감한 유령 ‘도리스’와 그의 동료 ‘브랜든’이 살고 있다. 생전에 브로드웨이 배우였던 도리스는 완벽주의자이자 예술에 냉소적인 인물이다. 반면 에기는 미숙하지만 꿈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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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0528'. 사진=포커스테이지 |
세상과 단절된 유령과 현실에 치인 인간, 이 둘이 ‘오디션 합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훈련을 시작하면서 기묘한 동거는 유쾌하고 따뜻한 합주로 변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리스는 생전 놓쳤던 ‘삶의 온기’를, 에기는 ‘진짜 무대에 선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0528’은 그저 재미를 위한 귀신이 등장하는 판타지 스토리가 아니라 ‘꿈꾸는 사람들의 불안과 희망’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넘버는 재즈와 팝을 넘나들며 브로드웨이 특유의 경쾌함과 중국 창작뮤지컬 특유의 감성적인 선율이 어우러진다. 프리뷰 공연에서는 “넘버가 중독성이 있다” “무대 전환이 신선하다”는 호평이 이어졌으며, 실제로 3D 프로젝션과 다층 무대 구조를 활용해 ‘현실과 영혼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배우들의 호흡 또한 이 작품의 핵심이다. 이진우, 김서환, 조훈이 각각 다른 온도의 ‘에기’를 연기하며 젊은 열정을, 황민수, 현석준, 유태율은 냉소적이지만 인간적인 ‘도리스’를 통해 삶의 깊이를 담았다. 특히 도리스와 에기가 부르는 듀엣 넘버 ‘Room for Two’는 웃음 속에 서늘한 감정을 남기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0528’은 ‘유령과 인간의 동거’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현대 청춘의 불안 그리고 예술가의 자의식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 인정받고 싶은 열망이 유령이라는 캐릭터에 투영되면서 죽음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무대의 욕망’을 드러낸다.
이 작품은 청춘과 예술에 대한 러브레터이자 무대 위와 인생의 경계를 허무는 찬가다. 현실의 무게에 눌려 꿈을 내려놓은 이들에게 이 작품은 “당신이 아직 꿈을 꾼다면 그건 유령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거예요”라고 조용히 속삭인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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