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건넨 건반 위의 대화…제19회 쇼팽 콩쿠르에 선 이혁·이효
-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10-23 11: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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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팽콩쿠르홈페이지 |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세계 음악계의 이목이 다시금 쇼팽의 고향으로 향했다. 제19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결선이 막을 내린 가운데, 중국계 미국인 피아니스트 에릭 루(27)가 영예의 1위를 차지하며 대회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러나 국내 클래식 팬들의 관심은 또 다른 장면에 머물렀다. 바로 한국의 형제 피아니스트, 이혁과 이효, 두 형제가 나란히 본선 무대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형제가 함께 쇼팽 콩쿠르 본선에 진출한 것은 상당히 보기 드문 일이다. 앞서 이혁은 이미 2021년 대회에서 결선까지 진출하며 이름을 알렸고, 동생 이효는 올해 처음으로 본선 무대에 올랐다. 두 사람은 각자의 개성과 음악 세계로 3차 본선까지 진출하며 주목받았지만, 아쉽게도 결선 문턱에서 멈췄다. 그러나 그들의 여정은 경쟁 이상의 의미를 품고 있었다.
이번 대회 본선에는 총 85명의 연주자가 참여했으며, 그중 4명이 한국인이었다. 이혁·이효 형제 외에도 이관욱, 일본과 이중국적을 지닌 나카시마 율리아가 있었다. 본선에서 중국인 29명, 일본인 13명 등 아시아권 연주자들이 대거 포진한 가운데, 형제의 이름은 한국 피아노 음악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결선에서는 에릭 루가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캐나다의 케빈 첸(20)과 중국의 왕쯔통(26)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중국계 피아니스트들이 차지하면서 최근 급성장한 중국 클래식계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결과와는 별개로 이혁과 이효가 보여준 형제의 ‘음악적 대화’는 이번 대회가 남긴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회자된다. 이들은 서로 다른 해석과 감성으로 쇼팽의 선율을 풀어냈고, 관객들은 그 속에서 ‘가족’이라는 가장 친밀한 관계가 음악으로 빚어내는 울림에 주목했다.
쇼팽 콩쿠르는 1927년 시작된 이래 폴리니, 아르헤리치, 지메르만 그리고 2015년 한국의 조성진 등 수많은 거장을 배출해온 세계 3대 음악 콩쿠르 중 하나다. 올해는 무려 642명이 지원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결과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쇼팽의 나라에서 한 음 한 음을 새기던 두 형제의 손끝은 이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각자의 길에서 자신만의 쇼팽을 이어 쓸 것이다.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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