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 ZOOM:IN] 라벨을 품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10년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01-20 12: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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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올해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 특별한 해다. 2015년, 그가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한 지 꼭 1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10년 전 스무 살이었던 그는 세계 무대에 ‘조성진’이라는 이름을 각인시켰고, 이후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적 언어를 다듬어왔다. 그리고 그 결실이 2025년, 라벨 탄생 150주년을 맞아 세상에 나왔다.

 

사진=유니버설뮤직

지난 17일 조성진은 ‘라벨: 피아노 독주 전곡집’을 발매하며 또 한 번의 음악적 전환점을 맞았다.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발매된 이번 앨범은 라벨의 모든 피아노 독주곡을 담은 첫 전곡 녹음으로, 조성진에게도 한 작곡가의 전 작품을 완성한 첫 시도다. 그는 “라벨은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처럼 많은 곡을 남기진 않았지만 모든 작품이 주옥같다”며 “그의 음악을 공부하며 천재성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월 21일에는 안드리스 넬손스가 이끄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라벨: 피아노 협주곡집’을 발매한다. 두 음반을 합친 디럭스 버전은 4월에 공개될 예정이다.

라벨의 전곡을 연주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헌정 이상으로 조성진이 지난 10년간 쌓아온 음악적 깊이의 결과물이다. 그는 “드뷔시가 로맨틱하고 자유롭다면 라벨은 훨씬 더 지적이고 완벽주의적이다”라며 “두 작곡가의 차이를 명확히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리히텐슈타인에서 3시간에 걸쳐 라벨의 피아노 전곡을 연주한 그는 “마지막 곡에서는 정신이 혼미했지만 오히려 뿌듯했다. 라벨의 세계에 완전히 빠져든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경험은 곧 올여름 한국 팬들에게도 전해진다. 6월 12일부터 7월 6일까지 서울·성남·대전·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조성진 라벨 투어’에서 3시간에 달하는 전곡 리사이틀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녹음은 무대보다 훨씬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며 “거울을 정면으로 보는 기분이지만 이번엔 완벽함보다 음악의 흐름에 집중했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말 속에 10년의 세월이 다듬은 음악가의 내공이 묻어난다.

조성진은 앞으로도 라벨의 완벽함을 닮은 길을 걷고자 한다. 그는 “피아니스트는 정말 행복한 직업”이라며 “세상의 수많은 천재 작곡가들의 세계를 마음껏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라고 덧붙였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조성진은 스스로의 음악 세계를 설계하는 예술가로 거듭나고 있다. 그가 라벨의 음표 속에서 찾은 것은 지난 10년간 자신이 걸어온 음악적 여정의 또 다른 이름일 것이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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