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 ZOOM:IN] 로잔을 빛낸 16세 발레리노, 박윤재의 비상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02-07 12: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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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한국인 남자 무용수 최초로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Prix de Lausanne)에서 우승을 거머쥔 박윤재(16, 서울예고)가 밝힌 첫 소감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이다. 놀라운 집중력과 자신만의 개성을 앞세워 세계 무대의 심사위원과 관객을 사로잡은 그는 차세대 발레리노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박윤재는 다섯 살 때 누나를 따라 발레를 시작했다.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이 그저 ‘놀이’였던 소년은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며 무용수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발레하지 않았으면 무대에 서서 노래하고 춤을 췄을 것 같다”며 예술에 대한 타고난 감수성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박윤재는 우승의 비결로 ‘자신만의 색깔’과 ‘인간적인 표현력’을 꼽았다. “로봇이 아닌 사람이 하는 예술이다. 결국 자신을 믿고, 자신만의 개성을 무대에서 보여줄 용기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그의 무대는 완벽한 기술보다 진심 어린 표현으로 기억됐다. 심사위원단은 그를 두고 “감정이 자연스럽게 몸의 언어로 흘러나오는 무용수”라고 평했다.

1973년 시작된 로잔 발레 콩쿠르는 매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청소년 발레 대회다. 15~18세의 예비 프로 무용수를 대상으로 하며 입상자는 유럽 유수의 발레단이나 발레 학교로 진출할 기회를 얻는다. ‘세계 무용계의 유망주 발굴 무대’로 불리는 대회는 기술보다 잠재력과 표현력을 중시한다. 무용수의 인성·예술성·무대 감각이 모두 점수에 반영된다.

한국 무용수들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두각을 드러내 왔다. 여성 무용수로는 2006년 김기민(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 무용수), 2016년 박세은(파리 오페라 발레단 에투알, 즉 수석 무용수), 2021년 윤서윤, 등이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남자 무용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윤재는 “로잔 콩쿠르의 경험이 발레와 나를 더 가까워지게 했다”며 이번 수상이 성과를 넘어 어떠한 계기였음을 강조했다. 자신의 콤플렉스였던 두꺼운 다리와 평발도 이 대회를 통해 극복했다. “항상 ‘다리가 두껍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로잔에서는 오히려 ‘다리가 예쁘다’는 말을 들었다. 그때 느꼈다. 중요한 건 외형이 아니라 춤이 가진 마음, 진심이라는 걸”이라고 했다.

박윤재의 스승인 리앙 시후아이(서울예고 강사)는 “윤재는 기술보다 예술성을 먼저 생각하는 무용수”라며 “나는 그를 가르친다기보다 옆에서 함께 성장하는 친구이자 조력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안윤희 서울예고 무용부장은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로 발레를 시작하는 남학생이 늘고 있다”며 “이들이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강조했다.

로잔 우승은 한국 발레의 젠더 인식과 저변을 바꾸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남성 무용수들에게 박윤재의 성취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박윤재는 이미 여러 해외 발레단과 발레학교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아직 어디로 갈지는 정하지 않았다”며 “한곳에 정착하기보다는 자유롭게 여러 무대에서 춤추고 싶다”고 바랐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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