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 바우쉬, 인간과 소통하는 춤의 혁신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11-04 13: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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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독일 현대무용의 아이콘 피나 바우쉬(1940~2009)가 창조한 탄츠테아터(Tanztheater)는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물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무대 위에서 탐구하는 독창적 장르다. 탄츠테아터는 몸짓과 표정, 공간과 시간, 언어와 음악을 융합해 인간의 감정과 사회적 현실을 동시에 표현하면서 무용수 개인의 경험과 정서를 작품 속에 녹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도 이 장르의 영향을 받은 젊은 현대무용가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일부 공연예술 단체에서는 탄츠테아터 스타일을 실험적인 무대에서 소개하고 있다.

 

사진= LG아트센터

피나 바우쉬는 탄츠테아터를 통해 현대사회 속 인간의 실존적 고민과 소통 문제를 탐구했다. 대표작으로는 ‘카네이션(Carnation)’(1982), ‘카페 뮐러(Café Müller)’, ‘풀문(Full Moon)’, ‘스위트 맘보(Sweet Mambo)’, ‘러프 컷(Rough Cut)’ 등이 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올해 개관 25주년을 맞아 2000년 개관작으로 초연돼 국내 관객에게 큰 충격을 안겼던 ‘카네이션’을 25년 만에 재공연한다.

‘카네이션’은 1980년대 남아메리카 안데스 산맥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작품은 무대를 9,000송이 카네이션으로 뒤덮고, 군화를 신은 남성이 행진하고 무용수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독특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유머와 풍자가 공존하면서도 억압과 통제, 현실과 이상 사이의 긴장을 보여주며, 꽃밭은 공연의 마지막에 짓밟혀 흩어진다. 이같은 시각적·감정적 대비는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인간 경험의 복합성과 일상의 긴장을 동시에 체험하게 한다. 영국 가디언은 이 작품에 대해 “수천 송이 분홍빛 카네이션으로 뒤덮인 초현실적 광경”이라 평가했다.

내한 무대에서는 1980년대부터 활동해온 기존 무용수와 2019년 이후 합류한 젊은 세대가 함께 참여해 피나 바우쉬의 유산과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무대로 구성된다. LG아트센터 측은 “새로운 세대의 합류로 25년 만에 돌아오는 ‘카네이션’은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라고 소개했다.

피나 바우쉬는 춤을 인간과 인간,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탐구하는 사회적 예술 행위로 확장시켰다. 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사랑과 욕망, 고독과 슬픔, 폭력과 파괴 등 인간 존재의 다양한 면모를 마주하게 된다. ‘카네이션’ 재공연은 피나 바우쉬를 회고하는 것 뿐만 아니라 현대 관객에게도 인간의 삶과 소통을 성찰하게 하는 살아있는 예술의 힘을 보여주는 자리다.

한편 ‘카네이션’은 11월 6~9일 LG아트센터 서울, 11월 14~15일 세종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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