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인 시선, 움직이는 감각…건축가의 렌즈로 바라본 세계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02-05 14: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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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건축가가 카메라를 들었다. 평면과 입면, 공간과 구조를 다루던 손이 사진으로 세상을 담았다.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5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2025 건축가 사진전–스태틱 무브먼트(Static Movement·정적인 움직임)’는 건축가 23명이 건축적 감각을 시각예술로 풀어낸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건축을 기록한 사진이라는 의미 이상으로 건축가 개인의 감성과 시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사진=컬처램프

보통 건축가는 설계 과정이나 완성된 건축물을 사진으로 기록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일상 속 풍경과 사물을 그들의 눈으로 포착한 조형적 작업이 중심이 된다. ‘사진을 통해 건축가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관람자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이다.

각 건축가는 2~4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민현준, 최욱, 유이화, 김규린, 한만원, 박준호 등 중견 소장 건축가와 곽데오도르, 류인근, 문희, 배연수, 손진 등 다양한 세대와 스타일을 대표하는 건축가들이 참여했다.

작품 주제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정적인 장면 속 움직임을 포착하거나 빛과 공간, 형태와 재료의 조형적 대비를 강조한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도 건축가들은 여전히 세상과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있음을 ‘정중동(靜中動)’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한 점이 눈길을 끈다.
‘스태틱 무브먼트(정적인 움직임)’라는 전시 제목에는 사진이라는 정적인 매체 안에서 건축가의 시선과 감각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보여주려는 기획 의도가 담겼다. 건축가는 설계와 시공이라는 장기적, 복합적 과정 속에서 공간과 사람, 시간과 경험을 다루는 전문가다. 사진은 그 과정의 기록이자 감각을 다듬는 자기표현 수단이다. 현장 답사에서부터 시공, 완공까지의 과정을 담는 동시에 사진을 통해 건축가가 일상에서 포착한 형태, 빛, 텍스처, 구조적 리듬은 관람자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의 포인트는 세 가지 정도로 꼽을 수 있다. 첫째, 건축가의 ‘조형적 시선’을 만날 수 있다. 건축이라는 전문 영역에서 나온 예술적 감각이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풀어지면서 관람자는 작품 속에 담긴 개별 건축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읽어낼 수 있다. 두 번째는 정적인 사진 속의 역동성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적 이미지 안에서 구조적, 감각적 움직임을 포착하는 작업은 건축가의 직업적 감각과 삶의 태도를 보여주는 은유적 표현으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건축과 시각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 전시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건축가가 ‘건축가’로서가 아닌, 시각예술가로서의 자기표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진을 통해 건축가들은 일상의 사물과 공간을 예술적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관람자는 그의 시선을 따라 보는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 정적인 이미지 안에서 움직임을 느끼고, 구조적 조형을 읽으며, 건축가의 창작 세계와 일상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현대 건축의 새로운 경험 방식이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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