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포커스] 화협옹주와 조선의 숨결, 아랍의 하늘 아래서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02-06 14: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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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18세기 조선 왕실의 조명되지 않았던 여성 문화가 낯선 아랍 땅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가 단지 역사 속 한 인물을 재조명하는 것을 넘어 한·UAE 간 문화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 한국전통문화대

화협옹주: 영조의 딸 사도세자의 친누나
화협옹주는 영조(재위 1724 ~ 1776)의 딸이자 사도세자의 친누나이다. 1733년생으로 전해지며 1752년 향년 20세로 사망했다. 사료에 따르면 그녀는 미색(美色)이 뛰어나고 효심이 깊었다고 전해지나 왕실의 여러 딸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면도 있다. 무덤에서는 화장 도구와 화장품 용기 등 왕실 여성의 일상을 보여주는 유물이 다수 발굴됐다.

‘화협옹주의 방’ 전시
이번 전시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특수한 기획이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가 주아랍에미리트 한국문화원과 함께 마련한 이번 전시는 왕실 여성의 생활 공간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구성한 ‘방(room)’이라는 설정 속에 펼쳐진다. 왕실 여성의 삶을 보여주는 규방 문화와 공예품, 한복, 생활도구 등을 전시해 조선 여성의 생활 양식과 미감(美感)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화협옹주의 무덤에서 출토된 화장 도구와 화장품 용기를 분석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화장품 용기, 소품 등으로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진다.

한국의 전통미술공예를 현대 콘텐츠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예견된다. 전시를 통해 ‘조선 왕실 여성의 미감’이 왕실의 고급 문화가 아니라 오늘의 문화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한 UAE 관계: 문화에서 산업·외교까지의 확장
아랍에미리트에서 이번 전시가 열린 이유는 두 가지로 읽힌다. 첫째, 한국 UAE 간 문화외교와 인적·산업·교육 협력이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전통문화 콘텐츠가 중동의 새로운 문화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한국이 전통 문화 공예를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하는 가운데, 중동·아랍 지역을 향한 문화 브랜드화 전략의 일환으로 읽힌다. 전시를 통한 역사 재조명의 차원을 넘어 ‘K 전통문화의 수출’ 또는 ‘문화외교의 실천’이라는 맥락에서 의미가 깊다.

한국과 아랍에미리트는 외교·경제·산업 분야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원자력 분야에서의 협력, AI·디지털 분야에서의 교류가 그것이다. 문화 분야 또한 예외가 아니다. 주아랍에미리트 한국문화원을 통해 한국 문화 콘텐츠가 소개되고 있으며, 이번 전시도 연장선상에 있다. 2024년 5월에는 한 UAE 정상회담 등에서 문화·관광·교육 협력 강화가 언급되기도 했다.

전시로 잇는 문화적 공감
‘화협옹주의 방’ 전시는 조선 왕실 여성의 미감과 공예 문화가 한국의 과거 유산에서 이어진 오늘의 글로벌 문화문화콘텐츠로도 승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왕실 옹주가 앉았을지 모를 방 안의 작은 소품 하나하나가 아랍의 관람객에게 한국의 정체성과 문화적 깊이를 전달하는 매개가 된다. 전시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적 이해와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진지한 움직임으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간극을 메운 시도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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