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디 오리지널’,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감동의 서사
-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10-22 14:30:20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이청준(1939~2008) 작가의 단편소설 『서편제』(1976)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남도의 판소리 전통을 배경으로 한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 1993년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어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고, 국악과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히 재창작되며 사랑 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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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편제; 디 오리지널'. 사진=연합뉴스 |
1993년 개봉한 영화 ‘서편제’는 판소리의 절절한 감성과 인간 군상의 고뇌를 스크린에 아름답게 담아냈다. 국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으며 한국 고전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 이후에도 국악 공연,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예술 형식으로 각색되며 끊임없이 재해석됐다. 각각의 작품은 원작이 가진 정서와 미학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현대적 감각과 무대 예술적 요소를 접목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 왔다.
국립정동극장 개관 30주년을 맞아 제작된 소리극 ‘서편제; 디 오리지널(The Original)’은 이청준의 원작에 가장 충실한 무대화로 주목받는다. 연출과 각색을 맡은 고선웅 극공작소 마방진 예술감독은 원작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데 집중하며, 등장인물 이름 대신 ‘아비’, ‘소녀’, ‘사내’ 등 소설 그대로의 호칭을 유지했다.
특히 아버지가 딸의 눈을 멀게 하는 극중 설정을 그대로 살려 문학적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는 현대적 시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원작의 ‘비정하고 폭력적인’ 캐릭터로서 의미를 부여했다. 22곡의 판소리와 소리를 원작에 기반해 인물 감정과 극적 상황에 맞춰 재배열한 점도 이번 공연만의 차별점이다. 예컨대 ‘아비’의 죽음 장면에서는 ‘춘향가’ 중 ‘이별가’를 활용해 이별의 슬픔과 재회의 염원을 담아냈다.
‘서편제; 디 오리지널’은 지난 17일 개막돼 오는 11월 9일까지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소녀 역은 서울대 국악과 재학생이자 2022년 전국 창작판소리경연대회 최우수상 수상자 박지현이 더블 캐스팅됐다. 아비 역에는 남원시립국악단 악장 임현빈과 국악밴드 이날치의 안이호가 참여하며, 국립창극단 창악부 김우정이 소녀 역으로 함께 무대를 꾸민다.
‘서편제; 디 오리지널’은 한국 문학과 국악의 정수를 현대적 공연예술로 승화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의 깊은 정서와 판소리의 본질을 생생히 되살려 전통예술과 문학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국립정동극장 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무대인 만큼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소리극의 진수를 기대해도 좋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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