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의 시간, 몸속으로 스며드는 위험

환경 / 우도헌 기자 / 2025-10-25 14: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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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지난 생수 속 미세플라스틱이 남긴 경고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한때 ‘깨끗함’과 ‘안전함’의 상징이었던 생수가 이제는 인체로 스며드는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이 보도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난 생수병에서는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검출되며, 이들이 장암·불임·뇌 손상 등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연합뉴스

생수병에 표시된 유통기한은 물의 안전성이 아니라 페트(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용기의 안정성을 의미한다. 보통 18개월에서 2년이 지나면 페트병은 서서히 분해되며, 그 과정에서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가 물속으로 침투한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2마이크로미터(0.002㎜) 크기의 미세플라스틱 조각이 인체로 들어오는 것이다.
 

플라스틱의 일부가 암, 정자 수 감소, ADHD, 자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인간의 폐, 태반, 모유, 혈액 등 주요 조직에서 발견됐다. 크기가 작아 혈관이나 세포막을 통과할 수 있으며, 체내 면역 시스템이 이를 인식하지 못해 만성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생수를 정기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수돗물 섭취자보다 연간 약 90만 개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 인체로 스며든 이 물질들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깨뜨리고, 흡입 시 호흡기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미세플라스틱은 장내 미생물군의 구성을 변화시켜 우울증 및 장암 환자와 유사한 패턴을 만들어낸다. 장(腸)과 뇌의 연결축(gut-brain axis)에 영향을 주어 정신 건강에도 간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히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 전반의 균형과 정서적 안정성까지 침범하고 있다는 경고다.


플라스틱 생수병은 고온이나 직사광선, 화학물질이 많은 환경에 노출되면 더욱 빠르게 분해된다. 결국 유통기한이 지난 생수는 단지 맛이 변하는 정도가 아니라 화학적 붕괴로 인한 오염수가 될 수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물 한 모금’은 그래서 더 이상 단순한 방심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인류가 만든 편리함이 다시 인체를 위협하는 순환 구조의 단면이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과학적 경고를 넘어 소비문화의 반성을 촉구한다. 매일 소비되는 생수병 하나가 우리의 몸과 생태계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를 자각해야 할 때다. 보이지 않는 것일수록 더 깊이 스며든다는 명확한 경고를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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