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80년 역사 위에 다시 세우는 ‘세계 무대의 꿈’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01-13 1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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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 신임 대표의 비전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올해로 창단 80주년을 맞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다시 한 번 비상(飛翔)을 준비하고 있다. 정재왈 신임 대표는 “10년 안에 베를린 필하모닉과 겨룰 수 있는 오케스트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며 서울시향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시향의 뿌리는 1945년 창단된 고려교향악단에 있다. 해방 직후의 혼란 속에서도 예술의 불씨를 지켜낸 악단은 1948년 서울시립교향악단으로 공식 출범하며 대한민국 음악사의 중심에 섰다. 이후 반세기를 거치며 수많은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거쳐 갔고, 2005년에는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면서 본격적인 예술행정 체계를 갖췄다. 올해는 창단 80주년이자 재단 독립 2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해다.

정 대표가 언급한 ‘베를린 필하모닉’은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정점에 서 있는 독일 명문 오케스트라다. 1882년 창단 이후 카라얀, 아바도, 래틀, 페트렌코로 이어지는 명지휘자 전통을 통해 완벽한 앙상블과 시대를 초월한 해석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베를린필과 겨루겠다’는 말은 단순한 경쟁의 선언이 아니라 세계 음악사의 중심에 한국 오케스트라를 올려놓겠다는 포부로 읽힌다.

서울시향은 올해 미국 순회공연을 진행한다. 오는 10월 27일 뉴욕 카네기홀을 비롯해 미시간, 오클라호마 등에서 무대에 오르며,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피아니스트 박재홍, 작곡가 신동훈의 작품을 연주한다. 카자흐스탄 실내악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유럽 투어도 예정돼 있다.

예술감독 얍 판 츠베덴(Yap van Zweden)의 지휘 아래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 프로젝트가 계속되고, 내년에는 실물 음반 제작이 재개될 전망이다. 서울시향은 또한 국립오페라단과 협력해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공연도 주최하며 대형 오페라 레퍼토리로 영역을 넓힌다.

정 대표는 ‘세계적인 교향악단, 모두를 위한 교향악단, 혁신적인 교향악단’을 3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 확보, 차세대 지휘자 양성 프로그램 ‘지휘 펠로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 선정 ‘올해의 오케스트라’ 도전을 추진한다. 내부적으로는 단원 정년제 도입과 악장 충원, 조직 재정비 등 구조 혁신도 병행한다.

정재왈 대표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LG아트센터 운영국장,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장,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이사 등을 거친 예술행정 전문가다. 그는 “현재와 미래만 보고 나아가겠다”며 과거 논란의 그림자를 벗고 조직 신뢰 회복과 국제적 위상 강화에 집중할 것을 다짐했다.

서울시향은 이미 아시아 최정상 오케스트라로 꼽히며, 세계 주요 무대에서도 찬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정 대표의 선언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 클래식 음악의 저력을 세계 중심부로 확장시키는 일이며 서울이라는 도시가 문화적 자부심으로 세계와 호흡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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