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천명(天命) 사이에서 춤추는 왕자들 ‘녕(寧), 왕자의 길’

전시/공연 / 권수빈 기자 / 2025-01-15 17: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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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한국무용 ‘녕(寧), 왕자의 길’은 ‘왕이 된다는 것은 축복인가 혹은 저주인가’라는 질문을 무대 위에서 소환한다. 오는 3월 25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이 작품은 태종과 세 아들 양녕·효령·충녕(세종)의 삶을 통해 권력, 숙명, 인간 내면의 번민을 한국무용으로 풀어낸다.

 

사진=아트로버컴퍼니

‘녕(寧)’이란 ‘편안할 녕’이자 동시에 ‘안식을 갈망하는 마음’이다. 극은 왕좌를 위해 피를 묻히고, 피로써 천명을 이어간 남자들의 서사를 5장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했다. 태종의 피비린내 나는 결단, 양녕의 방탕과 자유를 향한 욕망, 효령의 종교적 초월, 충녕의 성군으로의 탄생이 서로의 그림자를 딛고 이어진다.

연출과 안무를 맡은 최재헌 감독은 “왕이라는 존재가 짊어진 업보와 인간적 고뇌를 몸으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 말처럼 작품은 스펙터클보다 내면의 떨림에 집중한다. 12명의 남성 무용수 곽상원, 김민섭, 김범수, 김영필 등이 펼치는 집단 군무는 강인함과 섬세함이 교차하는 에너지를 뿜어낸다.

무대미술은 강보람 작가, 음악은 이원조 감독이 맡았다. 전통 타악의 긴장감과 현대적 음향이 교차하면서 조선의 궁궐은 어느새 인간 내면의 무대로 변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최근 몇 년간 한국무용이 대중적 부활의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이후 ‘K-댄스’라는 이름으로 해외 무대 진출이 활발해졌고, 젊은 안무가들이 전통을 재해석하며 현대적 한국무용을 확장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녕’은 “역사와 철학이 결합된 서사무용”이라는 의미 있는 지점을 점하고 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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